만년필 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본체인 만년필과 노트, 그리고 만년필과 노트를 이어주는 잉크다.
만년필과 노트를 제조하는 회사는 많다.
잉크를 제조하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적다.
익히 알려진 만년필 제조 브랜드 파이롯트에서 나온 잉크가 이로시주쿠다.
이로시주쿠는 한자로 "色彩하"라고 쓰며, 이로(iro)는 색채를 의미하고, 시주쿠(shizuku)는 맑고 투명한 물방울을 의미한다.
"하"의 일본어 발음인 shizuku는 '물방울 하'로 한자문화권인 중국, 한국에 없는 글자이며 일본에서 조합한 글자다.
이로시주쿠 잉크는 자연의 색채를 품은 24가지 색으로 일본 자연의 24가지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먼저, 이로시주쿠 잉크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1. 흐름이 매우 부드럽고 풍부하다.
1) 펜 촉을 통해 잉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매끄러운 필기감을 느낄 수 있다.
2) 세필 만년필 등 다양한 펜촉 크기에서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필기하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2. 색상은 24가지로 깊고 생동감 있는 톤을 자랑한다.
1) 색마다 이름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2) 잉크가 마르면서 미묘하게 보여주는 농담 변화나 색감의 깊이가 더해져 글자의 개성을 살려준다.
3. 50ml 병잉크의 디자인은 우아하며, 2011년 일본 패키지 디자인 금상을 수상했다.
- 책상 위의 장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4. 내구성도 신뢰할 만하다.
1) 색상 변화나 곰팡이 없이 오랜 시간 동안 품질을 유지한다.
2) 염료 기반 잉크로 물에 약한 것이 단점이다.
5.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1) 일상 필기나 캘리그래피, 그림에도 적합하다.
단, 잉크가 너무 잘 흘러 번지기 쉽다고 느낄 수 있기에 종이와 펜을 고려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6. 색상의 아름다움과 다양함
1) 색상이 다양하며 아름다운 색상이 많다.
2) 가독성 때문에 선택되는 색상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이로시주쿠 잉크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세 가지다.
모두 50ml 병잉크다.
1) 나팔꽃 : asa-gao, 청색의 나팔꼿을 표현한 색상, 朝顔(아침 조, 얼굴 안)으로 첫 번째 뜻은 아침에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대로의 얼굴이며, 두 번째 뜻이 나팔꽃이다. 나팔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파란 나팔꼿은 신뢰와 조화를 의미한다. 대인관계에서의 안정감과 상호이해를 나타낸다.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관계를 축하하는데 적합하며,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는 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좋다.
2) 월야 : tsuki-yo, 조용한 겨울의 밤을 표현한 색상, 月夜(달 월, 밤 야)로 달밤이다.
3) 심해 : shin-kai, 생명의 터전, 바닷속을 표현한 색상, 深海(깊을 심, 바다 해)로 깊은 바다를 뜻한다.
구입한 이로시주쿠 잉크 정보는
1. 품명 : 이로시주쿠
2. 모델명 : 만년필용 잉크 50ml
3. 제조국 : 일본
4. 제조사 및 수입사 : pilot corporation, 한국 파이롯트(주)
5. 용량 : 50ml
6. 크기 : 8.5 X 8cm
7. 무게 : 29.5g / 구입한 병잉크의 실측 무게는 29.1g, 28.9g으로 정보상 무게와 다르다.
8. 구성품 : 이로시주쿠 병잉크 50ml, 제품케이스, 설명서 (설명서에는 한국어가 없다.)
이로시주쿠 잉크를 구입한 곳은 펜레터로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
이로시주쿠 잉크를 주문하고, 5자루의 만년필을 세척하여 준비해 두었다.
원래 블루 계열의 잉크 색을 좋아하고 주문한 색상 또한 가독성을 염두에 놓은 색상이다.
실제로 매장 방문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입을 한 것이라 색상은 상품 페이지에 나온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잉크는 펠리컨 4001 블루 블랙 62.5ml, 워터맨 블랙 잉크 50ml, 파머카스텔 블랙 잉크 62.5ml, 세일러 한효(寒曉 - kan-gyou, 간쿄우 : 추운 새벽하늘)이다. 직접 구입한 것은 펠리컨 4001 잉크로, 나머지는 만년필 구입 시 사은품으로 받은 것과 선물 받은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블루블랙 색상의 펠리컨 4001 잉크를 소장한 만년필에 넣어서 사용해 왔다. 마존 미니 아이드로퍼 만년필에는 워터맨 블랙 잉크를 사용한다. 펠리컨 잉크를 사용하던 만년필 중 펠리컨 M200, 오로라 탈렌튬, 파이롯트 커스텀 823, 파이롯트 엘리트 95S, 플래티넘 센츄리 3776에 펠리컨 잉크를 다시 주입하지 않고, 세척을 해서 잘 말려두었다.
밝은 파란색인 나팔꽃은 오로라 탈렌튬과 커스텀 823에, 녹색 빛으로 보이는 월야는 펠리컨 M200, 플래티넘 센추리 3776에, 선물하기 전 잠깐의 시필을 위한 심해는 파이롯트 엘리트 95S에 넣었다.
모두 닙 굵기는 F이며, 펠리컨 M200을 제외하고 14K 골드닙이다.
이로시주쿠 잉크를 유럽제 만년필과 일제 만년필에 넣어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충전한 나팔꽃의 밝은 청색이 주는 환함과 커스텀 823의 대형닙이 구르는 소리는 노트 위에 리듬을 만들어준다.
오로라 탈렌튬에 넣은 나팔꽃은 오로라 특유의 사각임을 감소시켰다. 펠리컨 잉크를 사용할 때와 다르게 사각임이 줄어들고 부드러움이 배가 되어 펜 끝이 향하는 곳으로 주저 없이 끌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월야를 담은 펠리컨 M200은 잉크의 흐름이 너무 좋아서인지 획의 굵기가 더 두툼해지고 잉크가 많이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펠리컨 M200으로 글을 쓰는 빈도가 가장 많고, 가장 많이 종이 위를 달려간 만년필이다. 이미 부드럽다고 말을 해도 될 이 만년필에 흐름이 너무 좋은 이로시주쿠 잉크를 다시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게 만든다. 일단은 충전한 잉크를 써보면서 생각할 문제다.
플래티넘 센츄리 3776 만년필은 나에게 사각임의 대명사였다. 이런 만년필이 이로시주쿠 월야를 담고 변했다. 사각거리는 소리는 들려 오지만 만년필 끝이 나아가는 길은 예전보다 부드럽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인 선물로 구입한 심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블랙이다. 테스트를 위해 파이롯트 엘리트 95S에 넣어 보았다. con 40을 사용하는 엘리트 95S에 들어가는 잉크량은 적다. 이미 펠리컨 잉크에서도 부드럽게 써 내려갔는데, 이로시주쿠 잉크에서도 같은 느낌이다. 잉크 흐름이 10~15% 개선된 착시감을 갖게 한다.
전체적으로 이로시주쿠 잉크는 흐름이 좋다는 말이 맞다. 색감도 좋다. 다른 이쁜 색도 있었지만 글을 쓸 때 가독성을 위해 외면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각닷 드로잉북, 클레르퐁텐, 토모에리버, 라이프 노블, 마루망 므네모시네 노트에 각각 시필을 해보았다.
이로시주쿠 잉크는 이름을 잘 지었다.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여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작명 센스가 있다.
색감이 뛰어나서 유명하다. 흐름이 좋아서 유명하다. 그래서 이로시주쿠 잉크는 유명하다.
만년필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로 이로시주쿠 잉크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잉크의 색상이 주는 안정감에 취해 이로시주쿠 잉크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이 보여주는 숨결의 한 부분을 간직하기 위해 이로시주쿠 잉크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로시주쿠 잉크가 주는 매력은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잉크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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