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신의 세계로 유혹한 술
술이 선사하는 취기는 초기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였다.
쾌감, 환상, 환각, 현기증을 동반하면서 사람들은 비일상적인 세계로 인도되었다.
사람은 취기라는 체험을 신과 접했다거나 신이 되었다라며 신과 관련하여 해석을 하였다.
지금도 술은 긴장을 풀거나, 육체의 피로를 풀어주거나, 종교의식에 사용되거나,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집단의식과 개인 간의 결합 등에 사용된다.
이렇게 우리와 밀접한 술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시작된 술은 어떤 발전과정을 거쳤을까?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는 인간과 술의 만남부터 술이 빚어낸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들까지 술을 통해 배우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1. 발간 시기
초판 31쇄 발행 2023년 4월
개정판 1쇄 발행 2023년 7월
초판이 31쇄나 발행되고 개정판까지 발행된 것을 보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2. 이 책의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
도립미타고, 구단고, 쓰쿠바대학부속고에서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스쿠바대학 강사화 홋카이도 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쳐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고교 강좌 <세계사> 전임 강사로 활동하였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
3. 이 책의 구성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들어가며'에 있는 내용은 이 책이 어떤 구분에 의해 쓰였는지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 이 책의 전반적인 것을 머릿속에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술을 정리한 것을 옮겨보면
*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 발효시킨 '양조주'
* 양조주를 증류시켜 알코올 순도를 높인 '증류주'
* 증류주에 허브, 향신료 등을 섞은 리큐어 즉 '혼성주'가 있으며
양조주는 증류기를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증류주와 혼성주는 증류기를 통과시킨 술이 기본이 된다.
어떤 종류의 술이든 술을 만드는 재료는 효모라는 미생물이고, 인간은 발효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뿐이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술 제조법은 발전하였고, 그 종류도 늘어났다.
세계사는
* 장기간에 걸친 수렵과 채집시기 (1장)
- 포도, 야자, 꿀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당분이 많은 소재를 발효시켜 양조주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 농경의 시작과 도시 출현 시기 (2장)
- 곡물을 당화 한 후 발효시켜 대량의 양조주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술이 대중화되었다.
* 유라시아 여러 문화 간 교류시기 (3장)
- 9세기 이슬람 세계에서 증류기 제조 기술이 개발되어 동서로 전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증류주가 탄생했다.
* 대항해 시대, 신구 양 대륙의 교류 시기 (4장)
- 16세게 신항로 개척 시대 이후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술문화 교류가 활발해져, 바다 세계가 선사한 향신료, 과일 등이 술문화와 얽혀 다양한 혼성주가 등장했다.
* 산업혁명 이후의 시기 (5장)
- 연속 증류기가 출현하여 술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고, 상품으로써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진다.
* 20세기 이후 (6장)
- 여러 종류의 술과 주스, 과일 등을 조합한 칵테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진다.
- 술 문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
1장 술과의 행복한 만남
- 인류는 온대의 평야, 삼림 지대, 산악 지대, 건조 지대의 대초원, 사막, 열대의 평야 등에서 쉽게 알코올 발효가 되는 포도, 사과, 살구 등의 과실, 야자나 버섯 등의 수액과 꿀, 말이나 염소, 소 등 가축의 젖을 이용한 다양한 양조주를 만들었다.
1. 가장 오래된 술 봉밀주
- 허니문이라는 단어는 꿀로 만든 술인 봉밀주에서 온 말이다.
-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 게르만 사회에서는 봉밀주를 맥주처럼 흔하게 마셨다.
- 결혼한 후에는 1개월 동안 외부 출입을 금하고 신부가 신랑에게 꿀을 마시게 하여 아이를 갖는 풍습이 있었다.
- 여기서 허니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2. 과실주의 챔피언이 된 와인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은 와인을 '게슈틴'이라고 불렀고, 신의 피라고 생각했다.
- 이집트 농경의 신 오시리스가 와인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 그리스인은 수확의 신 디오니소스를 와인의 신이자 명정(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에 몹시 취한 것)의 신이라고 생각했다.
- 부활의 힘을 지닌 디오니소스의 피인 와인을 마시면 인간이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 기독교에서는 와인은 예수의 성스러운 피, 신의 나라를 상징하는 음료도 여긴다.
- 현재 무거운 화물을 측정하는 중량 단위인 '톤(ton)은 와인 한 통의 무게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3. 유라시아 대초원이 키운 마유주
- 터키어로 '쿠미스', 몽골어로 '아일락'이라고 부르는 술이 마유주다.
- 말 젖을 생으로 마시면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 그래서 말 젖을 발효시켜서 마신다.
- 마유주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마시는 사람의 혈관을 강화시키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4. 바닷길을 따라 전파된 야자술
- 서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각지에서는 야자 수액 '토디'를 발효시킨 야자술을 만들고 있다.
- 야자술은 3,4일 지나면 더 이상 마실 수 없는 살아있는 술이었고, 그래서 알코올 농도도 낮았다.
2장 열심히 술을 빚은 문명
- 곡물은 '작은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류의 은인이다. 술도 곡물에 크게 의존한다.
술은 곡물을 원료로 삼고 나서 비로소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대중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1. 4대 문명을 대표하는 각각의 술
- 보리가 원료인 맥주
- 기장이나 쌀을 원료로 하는 중국의 황주
- 쌀을 원료로 하는 일본의 청주
-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잉카 제국의 치차
2.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맥주
3. 동아시아 곡물주 황주
4. 벼농사와 숲이 낳은 일본주
5. 잉카 제국의 옥수수술 치차
3장 이슬람 세계에서 동서로 전해진 증류주
- 증류주와 혼성주는 모두 증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슬람 제국에서 사용한 증류 기술이 개량되어 출현한 새로운 종류의 술이다.
증류는 그 자체고 술의 세계를 단숨에 확대한 위대한 혁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1. 중국 연금술과 그리스 연금술의 결합
- 증류 기술의 중심에는 증류기가 있다.
- 원래 술을 제조하기 위해 고안해 낸 기구가 아니다.
- 금속을 변질시켜 귀금속을 얻기 위한 도구로 연구한 것이다.
- 증류기 개발과 개량은 이슬람 제국이 힘을 쏟았다.
- 그 배경에는 이슬람 상권 내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진 동서 문명 간의 교류가 있었다.
2. [코란]도 막지 못한 음주
- 이슬람교도의 '코란'에는 음주를 금하고 있다.
- '코란'은 도박, 점술, 우상숭배와 함께 음주를 사탄의 장난이며 금지한다.
- 이집트 문명 이후에 이어진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장구한 음주 문화는 이슬람교 교리에 따라 쇠퇴하였다.
- '코란'은 천국에 가면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약속했다.
- 아바스 왕조 초기에 공공연하게 와인이나 야자주를 마셨다.
3. 이슬람 상권이 러시아에 탄생시킨 보드카
- 보드카는 러시아어로 물을 뜻하는 바다란 말이 변한 애칭으로, 물이나 액체 자체를 의미한다.
- 보드카는 원료에 대한 번거로운 규제가 없고 양질의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기만 하면 인정되었다.
- 러시아 제국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드카의 도수를 40도로 제한했다.
- 러시아 혁명 정부는 한때 보드카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다.
- 혁명을 피해 파리로 망명한 우라지밀 스미노프가 보드카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 유럽에서 보드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4. 페스트의 공포가 키운 브랜디와 위스키
- 페스트 대유행 시기에 '불사의 영이 깃든 술'인 생명수를 마시면 절대 페스트에 걸리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유포되었다.
- 증류주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 불을 붙이면 불꽃이 이는 모습을 보고, 술 속에 불의 정기가 신체에 활기와 정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의미에서 독한 증류주를 '스피릿'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5. 액체로 된 보석 리큐어
- 증류주에 향료, 향초, 과실, 약초, 감미료 등을 첨가하여 독특한 풍미를 가미한 술이 리큐어다.
- 리큐어는 약용주 또는 강장제로 애용되었다.
- 리큐어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에서 찾을 수 있다.
6. 동쪽에서 전해진 증류기가 낳은 아락과 소주
- 아락은 외국에서 온 알렘빅을 이용한 증류 기술과 전통적인 쌀, 당밀, 야자를 원료로 하는 술이 제조법을 혼합한 국제적인 술이다.
- 아락은 이슬람 상인의 넓은 상권이 만들고 키운 술이다.
- 일본에 증류주가 전파된 경로는 15세기 후반 교역 상대였던 타이의 아유타야 왕조로부터 류큐(오늘날 오키나와)로 전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 에도 시대가 되자 소주는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7. 몽골 제국의 유라시아 제패와 아라길주
- 원 황제 칸을 위해 쓴 요리책 [음선정요]는 증류한 소주를 '아라길주'라고 적었다.
- 아라길은 좋은 술을 증발시켜 수분을 제거한 찌꺼기를 뜻한다.
- 동남아시아로부터 전해진 소주라는 뜻도 있다.
4장 바다와 항해가 넓힌 음주 문화
- 단조롭기 그지없는 바다에서의 생활을 견디려면 즐길거리가 필요했다.
- 열악한 먹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가득 실은 식량이 대량의 와인이었다.
- 와인은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에너지원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립했다.
1. 대항시대를 떠받친 와인
2. 항해의 최전선에서 성장한 주정 강화 와인
3. 대서양 항로가 키운 세리주
4. 아스테카 문명의 위대한 유산 데킬라
- 이스타크 오크토리(백세주)는 용설란의 일종인 마게이의 수액으로 만든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술이었다.
- 축제일 외에는 쉰 살을 넘은 노인이나 신관 또는 전사만 마시는 것이 허락되었다.
- 멕시코 양조주는 '폴케'다.
- 폴케 제조법은 전승하고, 스페인 사람이 들여온 증류기로 증류한 도수 45도의 술이 데킬라이다.
- 데킬라는 멕시코와 유럽 두 곳의 술 문화를 융합한 술이라 할 수 있다.
5. 신대륙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 북유럽의 술
- 바다 저편에서 건너온 감자로 술을 빚었는데, 이 술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지에서 만든 증류주 '아쿠아비트'다.
- 아쿠아비트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해진 저렴한 감자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 아쿠아비트는 라틴어의 아쿠아 비타에, 즉 생명수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6. 맥주가 부족하여 탄생한 폴리머스 식민지
- 네덜란드와 영국 등 맥주 문화권에서 온 선원들은 살균력이 강한 홉을 넣은 맥주를 음료수 대용으로 선적하며 항해했다.
- 선적한 맥주가 바닥나 더 이상 항해를 할 수 없었던 메이플라워호는 메사추세트만에 닻을 내렸다.
- 겨울 동안 살아남은 사람은 현재의 보스턴 동남쪽 뉴폴리머스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7. 설탕 혁명과 싸구려 럼
- 당밀로 만드는 럼주는 신대륙에서 사탕수수 폐기물을 이용하여 생산한 싸구려 술이었다.
- 럼주는 대서양을 오고 가는 뱃사람의 술이자, 카리브해를 누비며 스페인 함선을 노리던 해적들의 술이기도 했다.
- 유럽에서 서인도제도산 설탕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설탕혁명'이 일어나자, 설탕을 정제한 뒤에 남은 당밀을 이용하여 영국령 자메이카섬을 중심으로 럼주는 만들어, 자메이카 자체가 럼주와 함께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
8. 포경의 중계 기지 하와이의 '철의 엉덩이'
- 본격화된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도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 도시의 가로등이나 램프를 밝힐 고래기름을 획득하기 위해 포경업이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 당시 포경의 중심지는 미국이었고, 많은 고래가 서식하는 태평양이 주요 어장이었다.
- 태평양의 중간에 위치한 하와이의 호놀룰루가 포경선이 중계 기지로 북적였다.
- 고래의 보고였던 일본 근해를 주유하는 고래를 쫓아가려면 일본 열도에도 식량과 음료수 보급지가 필요했다.
- 미국의 포경업자가 오가사와라를 거점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페리 제독을 파견하여 개국을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영국의 증류업자 윌리엄 스티븐슨은 포경선에서 기름을 바짝 조릴 때 사용하는 철 냄비를 사용하여 간단한 증류장치를 만들었다.
- 이 장치에 고구마를 사용하여 술을 만들었다.
- 양조와 증류에 사용한 고래기름용 철 냄비가 풍만한 여인의 엉덩이와 비슷하다며 '철의 엉덩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5장 근대 사회가 키운 술
-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생산의 거점이 되어 폭발적으로 규모가 확대되었고, 철도가 광활한 지역을 고속으로 연결했다.
-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확산되고,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술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다.
- 술은 하나의 상품으로써 양산되고, 국경을 넘어 대량으로 팔려나가는 시대가 되었다.
1. 영국, 네덜란드가 주도한 술의 상품화
2. 고급술의 대명사 코냑
- 상품인 술을 부패 없이 장거리 수송하기 위해 네덜란드 상인이 고안한 방법은 열을 가해 와인 속 세균을 죽이는 것이다.
- 이렇게 탄생된 것이 브랜디이다.
- 코냑은 샴페인처럼 생산지의 이름이 그대로 보통명사가 된 술이다.
- 코냑 지역은 석회질 토양으로, 원래 신맛이 강한 포도만 자라나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었다.
- 브랜디를 만들자 신맛이 강한 와인이 오히려 강점이 되어 매우 훌륭한 맛으로 변했다.
3. 겨울의 추위가 만들어낸 기적의 발포주 샴페인
- 처음부터 귀족의 술로 등장한 것이 샴페인이다.
- 베네딕트파 수도원의 수도가 피에르 페리뇽이 상파뉴 지방에서 발명한 발포 와인이 바로 상파뉴이다.
- 프랑스혁명이 발발한 후에 혁명가와 신흥 부르주아지들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술로 각인된 샴페인을 엄청 소비했다.
- 프랑스에는 '여성에게 샴페인'이라는 말이 있다.
- 여성의 마음을 사려면 샴페인을 마시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이로써 샴페인은 우아한 이미지까지 부여받았다.
4. 네덜란드가 낳고 영국이 기른 술 진
- 진은 원래 네덜란드인이 해외 판매를 위해 고안한 술이다.
- 네덜란드 의학자가 이뇨작용을 하는 성분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알코올에 담가 증류한 것이다.
- 이 술은 이뇨, 소화, 해열에 효과가 좋았고, 네덜란드인들을 위한 약용주로 판매되었다.
- 산업혁명 시 영국에서 크게 유행한 대중적인 술이 진이다.
5. 독립전쟁과 버번위스키
- 미국은 서부 개척을 진행하여 대륙국가가 되었다.
- 미국의 Manifest Destiny는 자랑스러운 프런티어 정신의 표출이면서, 동시에 원주민으로부터 서부의 광활한 토지를 빼앗고 폭력적으로 억압한 야만성을 뜻한다.
- 1789년 켄터키의 버번 카운티에 살던 엘리자 크레이그 목사가 식민지에서 생명의 식물로 추앙받던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증류주를 만들었다.
- 우연히 안쪽이 불에 그슬린 술통에 위스키를 넣어 저장했는데 맛 좋은 위스키가 만들어졌다.
- 불에 그슬린 술통에서 숙성시키는 제조법이 미국에서 확산되었고, 붉은색과 탄 맛이 특색인 '버번위스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6. 프랑스혁명에 색채를 가미한 와인
6장 거대한 인공 공간을 채운 술
- 백열전구의 발명이 낮과 밤의 기나긴 시간을 허락했다.
이것은 술집의 급격한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류는 제2의 낮을 탄생시켰고, 술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였다.
1. 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 술집의 기원은 숙박 시설에 있다.
- 로마군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병참선이 생기면서, 보급기지와 숙박시설이 필요했다.
- 만들어진 것이 Inn(인,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 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 술집은 숙박 시설이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한 13세기경 음식 전문 선술집이 분리되었는데, 네덜란드어로 방을 뜻하는 '카브레트'에서 유래한 '카바레'다.
- 영국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에일 하우스', 약자로 '펍'으로 불리는 퍼블릭 하우스라는 선술집이 생겼다.
- 펍은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이기도 했다.
- 서부 음식점에서는 나무 술통에 넣은 위스키를 글라스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 취객이 주인의 눈을 속여 마음대로 술통에서 술을 꺼내 마시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 업자는 튼튼한 가로봉(bar, 바)를 설치하여 건너편에 있는 손님이 술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 1830년대가 되자 바와 텐더(tender, 감시자, 심부름꾼)가 한 단어가 되어 바텐더라는 말이 생겼다.
- 바텐더는 각종 술 종류와 맛에 정통하여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고객의 기호에 맞춰 밸런스 있게 만들 수 있는 전문가이다.
- 바텐더에게는 폭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고객을 접대하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2. 술 세계의 산업혁명
- 1826년 로버트 스타인이 연속식 증류기를 발명하여 단기간에 대량의 위스키를 증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3. 챔피언이 된 라거 맥주
- 술 대중화의 선두에 선 술은 전통의 맥주였다.
- 맥주가 부패하는 원인은 잡균의 번식 때문이다.
- 이를 억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 하나는 발효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대량의 효모를 투입하여 잡균이 증식할 여지를 주지 않는 방법
- 다른 하나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는 저온에서 맥주를 발효시키는 방법이 있다.
- 뮌헨의 맥주업자는 맥주 술통을 지하에 내려 겨울에 강물이 언 얼음을 넣어 차게 보관했다.
- 이렇게 일정 기간 저온으로 숙성한 맥주를 '저장한 맥주'라는 뜻의 '라거 맥주'라고 불렀다.
4. 저온 살균으로 세계적인 상품이 된 와인
- 와인 상품화의 대전제는 부패 방지였으며, 와인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살균 기술이 필요했다.
- 루이 파스퇴르는 발효의 메커니즘을 해명함과 동시에 저온 살균 기술을 개발하여 와인의 장기 저장을 가능하게 했다.
-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법은 맥주, 우유, 와인 등의 장기 저장을 가능케 했고, 세계의 술 문화 역시 크게 바꾸는 전기가 되었다.
- 상품인 와인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등급을 매길 뿐 아니라, 보르도, 부르고뉴, 로와루, 알자스, 프로방스 등의 '원산지 명칭을 통제'하는 규제를 만들어 엄격하게 심사한다.
- 그러나 일상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없는 영국 등에서는 너무나도 복잡한 와인과 관련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다.
- 그래서 프랜치 레스토랑에는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지닌 '소믈리에'가 상주하며 상담해 주었다.
- 소믈리에란 중세 영주가 여행이나 전쟁 길에 나설 때 식료품과 무기 등을 운반해 주던 화물업자를 의미하는 옛 언어 '소말리에'에 어원을 둔다.
- 이 말이 변하여 중요한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지기를 가리키게 되었고, 마침내 와인 창고를 관리하고 보급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부르게 되었다.
- 소믈리에는 프랑스에서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에 있는 와인의 상태를 숙지하고, 고객의 주문과 요청에 응하는 역할을 하며 레스토랑의 권위를 나타내는 존재가 되었다.
- 와인 문화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이질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안내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5. 고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술 압생트
- 19세기 서민의 술 압생트는 높은 알코올 도수와 환각 작용 때문에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때 모습을 감춘 환상의 술이다.
- 프랑스혁명으로 유럽이 요동치던 시기 스위스에서 개발된 강한 리큐어가 압생트이다.
- 향쑥이 학명에서 이름을 딴 압생트는 향쑥과 아니스 등 15가지 종류의 허브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녹새의 아름다운 술이며, 물을 첨가하면 흰색으로 탁해진다.
-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가 65도에서 79도에 이르는 독한 술이다.
- 압생트 상음자 가운데 중독자가 늘자, 노동 의욕 감퇴, 범죄양산 등의 사회 문제가 빈발했다.
- 압생트를 애용한 예술가로 모파상, 베를렌, 고갱, 모네, 드가, 피카소, 헤밍웨이 등이 유명하다.
- 도시에 압생트를 마시고 환각을 보거나 착란 증세를 일으키는 사람이 늘어났다.
- 조사한 결과 압생트의 주원료인 향쑥에 함유된 화학 성분이 인간이 신경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중독 증상을 촉진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6. 알 카포네의 암약을 자극한 금주법
- 미국에서 금주법 제정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은 앵글로 색슨계 프로테스탄트를 중심으로 하는 '금주당'이었다.
- 금주법으로 술이 없는 도덕적인 미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몽상에 사로잡혔다.
-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뉴욕의 술집은 1만 5천 개였으나, 금주법이 시행되고 3만 5천 개의 불법 술집이 생겼다.
- 알카포네는 국회의원, 재판관, 경찰 등을 매수하여 이권 독점을 꾀하였다.
- 금주법은 세계 공황 이후 의기소침해진 미국인의 원기를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손으로 폐기되었다.
7. 글로벌 사회와 칵테일 문화
- 1970년대 이후 정보혁명, 네트워크 형성, 컨테이너 혁명 등 다채로운 세계화의 양상이 전개되었다.
- 운송 수단의 발달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술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 18세기말 무렵 칵테일 음용법이 등장했다.
- 칵테일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세계 각지의 술이나 음료를 혼합하여 그때까지 맛볼 수 없었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술이다.
- 오늘날 칵테일은 보드카, 진, 데킬라, 위스키, 럼, 브랜디, 리큐어, 와인, 맥주, 소주 등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다.
- 20세기 후반 이후, 냉장고를 매개로 한 콜드 체인 기술의 보급으로 냉장 혹은 냉동된 식재료가 대양을 넘나들면서 '차가운 음식 문화'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 술 역시도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경향이 강해졌고, 칵테일과 같은 여러 종류의 술을 조합하는 시도도 활성화되었다.
4. 느낌
처음 든 생각은 일본 저자들은 이런 류의 책을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여러 상황 중 특정한 매개체를 기준으로 삼고 그것에 관해 모을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편집하고, 책으로 펴내는 기술은 다른 나라의 저자들보다 잘한다.
술을 매개로 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술의 탄생부터 시작된 술의 발달, 변천사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런 술이 있었구나 하는 이름 모를 술이야기와 더 좋은 술로 탄생하는 우연한 계기도 알게 되었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함께 한 술의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읽기 쉬운 책이다.
하루 반나절의 시간만 있으면 술의 역사를 대강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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