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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치 문서와 해방정국 - 1945~1948년의 한반도

by 나노그램 2024.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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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와 해방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는 이 시대의 자료를 문서나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역사 중에서 고대와 중세를 좋아하는 나에게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은 없는 편이다.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근현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된 당시 한반도에서 벌어진 미군정의 계획과 이를 둘러싼 독립세력, 일제부역 세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미군정의 버치 중위.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인 박태균 저자는 1950년대 한국사회를 강의하던 중 2017년 연구년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석사 논문은 미군정 시기에 대한 연구였고, 석사 논문의 주제가 미군정의 정치공작이었다.

석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 좌우합작위원회와 관련된 문서들에 버치가 등장하였다.

버치 가족들은 고려대에 버치문서 분석을 요청했지만, 고려대 총장이 바뀌면서 계획이 틀어지고,

이 분석을 저자가 하게 된다.

 

미군정의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펴낸 <주한미군 사령부, 하지장군 문서철>에 공개된 문서도 있었지만,

버치 중위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자료들 - 그 당시 한국 정치인과 소통했던 - 이 많았다.

이 자료를 통해 저자는 미군정 시기를 재조명해야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버치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그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역사에서 재현해야 할 중요한 이슈를 찾고, 얻어야 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정치인의 이미지가 잠시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권력을 향한 집념은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위해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모습과

살기 위해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제 부역자 세력을 보게 된다.

 

현재 우리의 정치는 오로지 이념 대결을 바탕으로 편 가르기가 심해지고 있고

권력의 정점을 서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왜곡되고 거짓된 정보를 뿌리면서 진실을 감추고

그러한 정보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현실이 해방 정국 시기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권력을 잡고, 정권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국민의 쌈짓돈이든, 기업의 후원금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든 

조직을 구성하고 유지하여 권력을 향해 가는 발걸음에 큰 도움이 된다.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봉사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오로지 돈과 권력을 지향하여 이것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바탕이 된 시작점의 한 시기를 더 잘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현재 어디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누구를 마음에 담고, 담지 않든 간에

그저 읽을 때는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듯

이 책은 버치 문서를 분석하여 저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어 두길 바라는 마음이다.

 

1. 이 책의 구성은 머리말과 부록인 버치 문서 BOX의 자료를 빼고, 29개 챕터로 되어있다.

 

1) 미군정에 대한 제목이 있는 1, 12, 19, 23, 28 은 미군정이 바라보고 계획하는 한반도 정책을 볼 수 있다.

2) 여운형에 대한 것은 2, 3, 22에서 볼 수 있고, 김규식에 대한 것은 26,27에서 볼 수 있다.

3) 이승만에 대한 것은 5, 6, 7, 8, 12, 14, 17에서 볼 수 있다.

4) 김구에 대한 것은 7, 9, 11에서 볼 수 있다.

5) 그 외는 나머지에서 볼 수 있다.

 

2. 버치 문서 Box 5에 나타난 한국인의 성격

 

' 동양의 아일랜드인' 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아일랜드 사람들과 너무 비슷하다,

그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유머 센스가 많으며, 싸우기를 좋아한다. 또한 주장이 많다.

공상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이랜드와 비슷한 설화들이 있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파티와 휴가, 정치권력을 사랑한다.

질적 수준이 높으며 동시에 그러한 높은 수준으로 인해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매우 획일적이며 중국인과 다르며, 일본인도 아니다.

그들은 몽골로부터 내려왔으며, 중국으로부터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고, 동양의 기준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를 유지했다.

 

3. 버치가 스스로 활동이 실패했던 원인을 분석한 의견

 

1) 맥아더가 이끄는 도쿄의 연합군 최고 사령부가 갖고 있었던 이승만에 대한 잘못된 판단

2) 웨스트포인트 출신과 비육사 출신 간의 갈등

3) 맥아더의 연합군 최고 사령부와 미군정의 갈등

4) 국무성과 국방성 사이의 견해 차이

5) 한국 내 정치적 문제의 핵심으로 이승만의 문제를 지적

: 이승만은 그에 대한 우리의 혐오를 알고 있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두 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는데 하지 장군과 버치 중위'라고 했다.

 

4. 미군정이 만들려고 했던 정부 - 해방직후 최초의 헌법 초안

 

1) 임시조선민주정부는 대한민국임시정부와는 다른 조직이다.

 

2) 미군정에서 임시조선정부 수립을 위해 세 가지 초안을 만들었다.

- 첫번째 초안: 입법기구에 대한 선거 이후에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방안

- 두번째 초안 : 남한의 입법의원과 북한의 입법기구를 통합하여 임시정부를 수입하는 방안

- 세번째 초안 : 입법기구에 대한 선거 이전에 미군과 소련군에 의해 행정위원회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임시정부를 만드는 방안

 

3) 헌장 초안

- 1장 : 이 헌장에 의해서 수립되는 조선임시민주정부는 통합된 한국의 유일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 2장 : 이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헌장의 내용과 일치되지 않는 모든 기존의 법령과 규정은 무효로 한다.

 

- 3장 1항 : 조선임시민주정부가 행정, 입법, 사법권을 실행할 수 있고

- 3장 2항 : 국적법, 군사 및 해안경비대법, 세법, 공무원법 등 헌장에 대한 내용의 실행에 필요한 모든 법은 조선임시민주정부에서 제정해야 하며, 현존하는 한국의 법적 행정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법령도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 3장 3항 : 해외에 외교와 영사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을 수립해야 한다. 미군과 소련군이라는 현존하는 권력의 허가하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 3장 4항 : 사법권의 독립에 대해 언급한 다음

 

- 4장 : 임시조선민주정부의 권한 제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외교권과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 한국에서 복무하고 있는 미군과 소련군 그리고 그 군속에 대한 사법권에 대해서는 기존의 미군과 소련군의 허가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 4장 4~6항 : 미군과 소련군의 허가 없이 헌장의 개정 및 공공의 안정에 해가 되는 정책의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규정

 

- 5장 : 한국인에 대한 권리 내용

: 모든 한국인들의 평등권, 종교, 인종, 성별 또는 정치적 신념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집회 결사 및 출판,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요, 독립된 법원에 의한 재판에 의하지 않고서는 생명권을 보장받을 권리 등이 명시되어 있다.

: 미군정 시기의 불법 단체들의 무력행사를 제한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찰권을 모두 제거할 것

: 하나의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않을 권리와 함께 공권력에 의한 고문의 금지도 규정하고 있다.

- 5장 7항 : 공공의 목적을 제외하고는 사적 소유권을 보장한다

 

- 6장 이하 : 정부가 서울에 위치한다는 것과 행정, 입법, 사법권의 구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 정부의 수반과 부수반은 입법기관에서 선출하고 국가수반에게 장관 임명권을 주었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였다.

 

- 7장 : 군대 규모를 35,000명, 해안 경비대 7,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 반 무력 집단의 해제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청년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8장 : 입법기관과 관련해서 한국국회의 명칭을 national assembly로 결정했으며, 국회 성원의 2/3에 의해서 법률 비토권과 대통령 탄핵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 9장 : 사법권에 대한 규정

: 35세 이상의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도록 하고,

: 대법원 아래에 다양한 법원들이 조직되며, 이들이 헌장에 유효한 기간 동안 종신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 대법관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그의 해임권을 정부수반이 아니라 국회에 주었다.

: 지방법원의 판사는 해당 지바의 책임자 또는 지방위원회에 의해 임명되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면, 서울 지방법원의 판사는 서울시장 또는 서울시 위원회에서 임명하도록 했다.

 

- 10장 : 지방 정부에 관한 사안으로 제주도, 황해도, 강원도, 경기도를 제외하고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평안도, 함양도를 남북으로 나누고, 서울시가 특별시로 배치되었다.

 

5. 버치가 평가한 미군정 해방 한국

 

1) 미군정이 시작부터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기에는 미군의 수가 모자랐다.

 

2) 한국인들은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에서 언급되어 있는 신탁통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우익 : 신탁통치가 한국인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시대가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 이승만의 경우 그가 처음 왔을 때 통합을 위한 구심점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이승만은 미군정이 남한을 그에게 넘기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났으며, 그는 매우 독재적이며 참을성이 없었다.

 

3) 통치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본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 미군정에게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 일본제국주의자들은 한국인들을 고위직에 임명하지 않았다.

- 공장의 기술자들도 대부분 일본인들이었다.

 

4) 외부로부터 귀환한 175만 명과 북으로부터 월남한 100만 명은 한국 사회의 질서와 위생 문제를 더 어렵게 했다.

 

5) 치안을 위해 필요했던 경찰도 문제였다.

- 경험자가 필요했는데, 그들은 일본인 아래에서 교육받은 경찰이었다.

- 깨끗한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만 남기고자 했는데, 그들의 수는 2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6. 미군정이 실패한 이유

1) 미국 본국의 소극적 지원

2)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미군정의 정책

3) 한국인들의 태도, 특히 미국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보수 우익 정치인들의 비협조

4) 러시아와 공산주의자들의 선전과 선동

 

7. 현재 한국 사회의 기원을 찾아서 - 미군정기의 역사

 

1) 미군정은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막지 못했다.

2) 미국이 대한 정책은 번번이 이승만 대통령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은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3) 미국은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었던 1952년과 1953년에 걸쳐 이승만을 대통령직에서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시기동안 이승만을 대체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는가의 문제였다. 이 시기에는 이승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었다.

김규식은 북한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납북되었다.

한국민주당과 손을 잡은 신익희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았다.

 

4) 미군정기에 형성되고 한국전쟁을 통해 강화된 경찰, 청년단, 친일 지주 중심의 기득권 세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 새로운 정치를 만들기 위해 집권한 군인들은 새로운 기득권층이 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6) 구태의 기득권 세력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생존했다.

7) 기득권을 옹호하는 언론과 재벌은 한국 현대사를 '건국 - 산업화 - 민주화 - 선진화'라는 구도로 정식화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지도자들이 시대 과제에 충실했을 뿐이라면서 과오를 덮었다.

8) 미군정기에 형성된 구태 정치의 원형은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구태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가짜 뉴스였다.

 

9) 한국 현대사의 전 과정에서 가짜 뉴스는 계속되어 왔다.

- 지금도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지만, 언론의 지유라는 명목 때문에 이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가짜 뉴스가 심각한 점은 이를 통해 기득권 세력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치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 구도는 개혁과 반개혁의 구도가 되었어야 했다.

- 기득권 언론들은 이러한 정치 구도를 왜곡했다.

- 개혁과 반개혁이 아니라 진보/보수, 좌/우의 대립 구도가 된 것이다.

- 이런 구도 속에서 반개혁 세력은 청산 대상이 아니라 보수와 우익이라는 모습으로 그 힘을 유지할 수 있었다.

 

11) 미군정기에 형성된 한국 정치의 병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기득권 주류 세력이 갖고 있는 힘을 대체할 수 있는, 그리고 정상적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 건전한 세력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 한국 사회는 네 번에 걸쳐 주류 교체를 시도해 왔다.

- 성리학 근본주의가 대세였던 조선 후기 사회에서

- 실학을 통해

-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을 통해

-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는 주료 교체를 끊임없이 시도했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8. 이 책은 해방 정국 시기인 1945년에서 1948년에 걸친 한반도의 상황을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남쪽에서 있었던 주요 장면을 볼 수 있다.

버치 중위의 시각에서 바라본 당시의 정세를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시각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이러한 시각도 있구나 생각해도 좋다.

참고하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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