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오래전 구입해서 읽어보고 가까운 도서관에 기증했다.
갑자기 이 책을 다시 구입해서 읽어본 이유는
내가 생각한 신영복 선생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기 때문이며,
나의 생각, 사고의 과정, 판단의 기준, 삶의 태도 등을 돌아보게 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거쳐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로 가는 시작점이다.
이 책은 생각의 출발점이며, 사고의 시작점이며, 태도의 회기점이며, 의미의 다양성을 일으키게 한다.
1. 발간 시기
1988년 9월 햇빛출판사 판으로 초판 1쇄가 발행되었다.
이후
2018년 8월 30주년 기념판이 발행되었으며,
2022년 10월 3판 13쇄가 발행되었다.
2. 이 책의 저자
신영복
194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하였다.
2006년 정년 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였다.
2016년 별세.
3.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저자의 복역 중 쓰인 엽서와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서문을 제외하고 크게 4가지 소주제로 엮었다.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제목에서는 10개,
독방의 영토에서는 1개,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에서는 가장 많은 글이 수록되었고,
마지막 나는 걷고 싶다에는 37개의 글이 실려있다.
많은 글 중에 마음에 와닿는, 생각에 와닿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을 소개한다.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1. 사랑은 경작되는 것
-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2. 고독한 풍화
-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3. 단상 메모
-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
4. 독방에 앉아서
1) 고독하다는 뜻은 객관적 상황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주관적 감정의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
2) 혼자라는 느낌, 격리감이나 소외감이란 유대감의 상실이며, 유대감과 유대의식이 없다는 것은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3) 사회란 함께 더불어 사는 집단이다.
4) 협동 노동이 사회의 기초이다.
5) 생산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만들어낸 생산물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갖는다는 것이 곧 사회의 '이유'이다.
6) 생산과 분배는 사회관계의 실체이며, 인간관계의 토대이다.
7) 고독의 문제는 바로 생산과 분배에 있어서의 소외문제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독방의 영토
1.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2. 인간이란 부단히 성장하는 책임귀속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1. 생각을 높이고자
1)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2)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3)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思沈)하여야 사무사(思無邪)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 사침(思沈) - 생각에 잠기다
** 사무사(思無邪) -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음 (출전 논어)
2. 아름다운 여자
1) 미는 신선미 즉 미의 지속성을 그 본질로 한다.
2) 긍정적 미래로 열려있는 여자인가 현재 속에 닫혀있는 여자인가를 살펴야 한다.
3)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3. 봄철에 뛰어든 겨울
1) 징역 속에서는 '춥다'와 '덥다'의 두계절만 존재합니다.
2) 간략한 사고, OX 식 문제처럼 모든 중간은 함몰하고 없습니다.
4. 신행 기념여행을 기뻐하며
1) 고인 물, 정돈된 물, 그러나 썩기 쉬운 물, 명경같이 맑은 물, 얼굴이 보이는 물, 그러나 작은 돌에도 깨어지는 물입니다.
5. 서도
1)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
2) 좋은 글씨를 남기기 위하여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상식
6. 글씨 속에 들어 있는 인생
1) 글씨도 그 속에 인생이 들어 있는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2) 글씨의 어려움을 알기 위해서 글씨를 쓰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7. 창문과 문
1)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8. 서도와 필재
1) 사람의 아름다움도 타고난 얼굴의 조형미보다는 그 사람의 지혜와 경험의 축적이 내밀한 인격이 되어 은은히 배어나는 아름다움이 더욱 높은 것이며 인생을 보는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9. 역사란 살아있는 대화
1) 역사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살아 있는 대화이며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10.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1) 성장 과정과 경험세계가 판이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 맨 먼저 부딪히는 곤란의 하나가 언어의 차이입니다.
2) 개인이 자기의 언어를 얻고, 작기의 작풍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방황과 표류의 역정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어딘가의 '땅'에 자신을 세우고 뿌리내림으로써 비로소 이룩되는 것.
3)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잎마다 발밑에 한 줌씩의 따뜻한 체온을 쌓아 놓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무성한 잡초 속에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몸 기대며 어깨를 짜며 꾸준히 박토를 배우고, 나의 언어를 얻고, 나의 방황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1. 함께 맞는 비
1) 사람은 스스로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2)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12. 과거에 투영된 현재
1) 역사현상은 개인이든 사건이든, 하나의 단절된 객체로 한정할 수 없으며
2) 선행하는 여러 가지 계기에서부터 발전, 변용의 가능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총합 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파악되어야 하리라
3) 과거란 완성되고 끝마쳐진 어떤 불변의 것이 아니며
4) 역사인식은 언제나 현재의 갈등과 관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5) 역사는 '과거에 투영된 현재'이며 그런 의미에서 계속 새롭게 씌여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13. 닫힌 공간, 열린 정신
1) 어린 왕자는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합니다.
2) 관계를 맺음이 없이 길들이는 것이나 불평등한 관계 밑에서 길들여진 모든 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입니다.
3)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4)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은 같은 창문 앞에 서는 공감을 의미하며,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의 연대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14. 타락의 노르마
1)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눈이 달리게 마련이고 자신의 그릇만큼의 강물밖에 뜨지 못합니다.
2) 이러한 자신의 제한성과 특수성을 올바로 깨닫지 못하는 한 자기의 생각과 견해를 넓혀나가기는 몹시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15. 관계의 최고 형태
1)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2)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중요합니다.
3)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16. 지혜와 용기
1)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2)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3)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17. 작은 실패
1) 작은 실패가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길게 보아 나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2) 작은 실패가 있음으로 해서 전체의 국면은 '완결'이 아니라 '미완'에 머물고 이 미완은 더 높은 단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이 되어줍니다.
3) 작은 실패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자신과 사물을 돌이켜보게 해 줍니다.
나는 걷고 싶다
1. 떡신자
1)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기독교, 천주교 신자가 늘고 초파일이 가까워오면 불교 신도가 늡니다.
2) 보통 때는 신자가 아니다가 이런 특별한 때에만 집회에 나오는 신자를 '떡신자" 또는 '기천불' 종합신자라 부릅니다.
3) 떡신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제사보다 젯밥에 생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 설교, 미사, 설법 등에는 처음부터 마음이 없고 무대 가생이에 쟁여놓은 박스에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4) 집회 끝나고 떡봉지 하나씩 받아 들고 남의 눈치 없이 얼굴 들고 나옵니다.
5) "목사는 뭐 지돈 디려서 사오남!" "아무렴 살아야 명인께, 먹어야 복인께."
2. 스무 번째 옥중 세모를 맞으며
87년이 저물면 88년이 밝아오고
88년이 저물면 89년이 밝아오고
.................
96년이 저물면 97년이 밝아오고
98,99,2000,.... 2005....
3. 나는 걷고 싶다
눈이 내리고 옥 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 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4. 느낌
저자인 신영복 선생의 옥중서간이다.
그의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읽어보았다.
오래전에 읽었을 때 다가오지 않았던 글이 새삼 다가온다.
벽 안에서 부모에게 형제에게 그 외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엽서를 보낸다.
소위 말하는 먹물깨나 먹었던 사람이 벽 안 생활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그 안의 다른 생각을 살펴보고
수정해 나가고
이해해 나가고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들어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만과 오만과 편견에 빠지기 쉬운 나를 되돌릴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이다.
또한,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에 서 있는 책이다.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이 환경을 바라보고
인간의 생각을 바라보고
인간의 생활을 바라보고
인간의 겉면을 바라보고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고
그렇게 인간을 마주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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